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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을 찾아서/제주시 동부권의 오름들

거칠어서 거친오름인가? 거친오름 등반하기

거친오름의 위치

거친오름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와 덕천리 지경에 걸쳐 있는 오름으로, 체오름의 서쪽, 거슨새미오름에서는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름의 유래

이 오름의 이름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오름의 모양새가 거칠게 보인다고 하여 거친오름이라고 하며, 둘째는, 예전에 제주목과 정의현을 오고갈 때에 이 오름 기슭을 거쳐서 갔다고 하여 거친오름이라고 한다. 오 오름의 북동쪽에는 이 오름 기슭을 거쳐 가다가 잠시 쉬면서 말에게 물을 먹였다고 하는 몰쉬운 못이 있다.

한자로는 소리를 그대로 따서 표기한 거친악(巨親惡)’과 거칠다는 뜻을 나타내는 황악(荒岳)’으로 쓰고 있다.

 

거친오름을 찾아가는 길

번영로와 비자림로가 만나는 대천교차로 사거리에서 송당 쪽으로 약 2.3km 정도 가면 송당목장 입구 사거리에 이른다.

송당 마을 쪽에서는 송당리사무소 서쪽의 비자림로와 중산간동로가 만나는 송당리사거리에서 번영로 방향으로 약 3.7km를 가면 송당목장 입구 사거리에 이른다.

여기서 북서쪽으로 이어진 소로를 따라 약 2.2km를 직진하면 거친오름 등반로 입구에 이른다.

 

오름을 오르며

늦은 가을, 찬바람이 부는 날씨였지만 이 날도 나는 오름을 등반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내 발길이 향한 곳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와 덕천리 지경에 속해 있는 오름인 거친오름이었다.

 

비자림로의 거슨새미오름 남쪽 송당목장 입구에서부터 거슨새미오름 기슭의 농로로 접어들어 거친오름을 향해 천천히 차를 몰았다.

들판에는 억새들의 하얗게 물결치면서 가을을 보내는 춤을 추고 있었다.

 

거친오름 등반로 입구에 도착하여 차를 세우고 등반을 시작하였다.

 

오름 동쪽 기슭에서부터 동쪽 봉우리를 향해서 올라가는 등반로는 넓게 나 있지는 않았지만 등반객들이 제법 다녔었는지 등반로의 흔적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 있어서 길을 찾아서 올라가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올라가는 길에는 청미래덩굴과 찔레나무와 국수나들이 얽혀서 자라고 있었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는 꽃향유가 가을빛을 비추고 있었다.

 

올라가다 잠시 숨을 고르면서 뒤돌아보니 동쪽 들판 너머로 체오름이, 남쪽 들판 북쪽 들판 너머로는 식은이오름이 가까이 보였다.

 

동쪽 봉우리 가까이 올라서니 뒤엉켜서 자라던 나무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풀밭 지역이 나타났다.

 

풀밭에는 자주쓴풀이 꼭꼭 숨겨 두었던 보랏빛을 살짝 내비치며 금세 봉오리를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동쪽 봉우리 위에 올라서니 봉우리 서쪽으로 야트막한 원형 굼부리가 있었고 굼부리 너머에는 풀밭으로 주로 이루어진 서쪽 봉우리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숲으로 가득 덮여 있는 남쪽 봉우리가 바라보였다.

 

동쪽 봉우리를 굼부리 바깥으로 남쪽편으로 돌아서 서쪽 봉우리 쪽으로 향하여 걸어갔다.

북서풍이 많이 부는 날이어서 억새들이 모두 남동쪽으로 향하여 허리를 숙이고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흔들리는 억새 사이에 빨간 열매가 달린 나무가 보였다.

어떤 열매일까 하고 다가가 보았더니 가막살나무 열매였다. 하얗게 흔들리는 억새 사이에서 빨간 열매가 더욱 돋보였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서쪽 봉우리 위에 올라섰다.

봉우리 위에서는 역시 굼부리 너머로 동쪽 봉우리가 마주 보였고, 그 너머로는 체오름 봉우리의 능선이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 바라보였으며, 남쪽으로는 소나무 숲으로 덮인 남쪽 봉우리가 골짜기 너머에 있었다.

 

서쪽으로 눈을 돌리니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이 검은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웃바매기와 알바매기와 북오름들이 멀리에서 다가와 보였다.

 

서쪽 봉우리에서 내려와서 남쪽 봉우리로 향했다.

 

남쪽 봉우리는 원형 굼부리가 있는 북쪽의 두 봉우리와의 사이에 야트막한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서 있었는데, 골짜기의 동쪽으로는 갑자기 경사가 심하게 기울어져 내려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골짜기를 넘어 남쪽 봉우리로 건너갔다. 억새풀과 띠풀로 덮여있던 곳에서 남쪽 봉우리로 건너가자마자 나무들이 우거진 숲이었다. 처음에는 삼나무들이었는데, 남쪽 봉우리 정상부 쪽으로 다가갈수록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남쪽 봉우리 정상부로 올라가는 등반로는 누가 다닌 흔적이 없어서 짧은 거리인데도 올라가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덤불을 헤치고 겨우 정상부에 올라섰지만 전망은 별로 보이지 않고 우거진 나무와 풀들이 시야를 잔뜩 가리고 있었다.

 

왔던 길로 돌아갈까 하다가 여기까지 올라온 김에 그대로 남쪽으로 내려가기고 작정하고 무작정 덤불을 헤치고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등반로가 없는 곳을 생작으로 내려가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았다.

찔레나무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청미래덩굴에 가로막히기도 하고, 삭은 나뭇가지들에 걸리기도 하면서 어찌어찌하여 겨우 내려왔다.

! 그런데 이걸 어쩌나?

등산복 바지의 왼쪽 무릎 윗부분이 무엇엔가에 걸려서 찢어져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허벅지 앞쪽 부분이 여러 군데가 쓰라린 게 바지 안쪽으로도 가시에 찔리고 긁힌 곳이 많은 것 같았다.

 

아무튼 남쪽으로 내려와서 뒤돌아 봉우리를 올려다보니 그리 높지 않는 오름인데도 등반로가 없는 곳으로 내려오기는 참 어렵고 애를 먹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름 이름이 괜히 거친오름이겠는가? 거칠게 보인다고 하여 거친오름기도 하지만, 등반을 어렵게 하여 거친오름이라 불릴 만 하지 않는가!

 

남쪽 봉우리를 내려온 후에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올 때는 길이 나 있지 않아서 경작지들을 몇 개 지나서 걸어왔다.

걸어오는 중간에 다시 오름을 바라보니 동쪽 봉우리와 남쪽 봉우리 사이의 골짜기가 갈라져 있는 모습이 뚜렷이 보였다.

 

위치 :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및 덕천리 지경

굼부리 형태 : 복합형

해발높이 354.6m, 자체높이 70m, 둘레 1,777m, 면적 197,468

 

 

오름 지도